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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 드라마

드라마 라이브(Live, 2018)/ 정유미 이광수 배성우

by 연강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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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라이브(Live)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홍대에 위치한 홍익 지구대가 가장 바쁘다고 하는 데 그곳을 모티브로 한 것 같다. 극본은 노희경 작가님이 쓰셨다.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등 많은 작품을 쓰셨고, 작품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님 작품에선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고 할까.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숨 쉰다.

 

 

 이야기는 취준생 한정오(정유미)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삶의 위기를 맞은 염상수(이광수)가 경찰시험에 합격해서 그 후, 경찰학교의 이야기, 지구대에 발령 후 시보로 지내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웃음과 슬픔과 여러 감정이 담긴 ‘지구대 경찰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정오와 상수는 경찰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경찰이 된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몇 년을 고생해서 경찰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그렇게 이제 나도 경찰이라는 꿈을 안고 중앙 경찰학교에 입소한 그들은 오양촌(배성우)이라는 빌런?을 만나게 된다. 오양촌 경감은 오자마자 학생들에게 사명감에 대해 묻는다. ‘내가 보기엔 넌 사명감이 없어 보여.’ ‘사명감도 안 들고 왔나’라고 꾸짖기도 하면서. 그리고 벌점도 사정없이 준다.

 

 

 “경찰시험 붙어서 이 학교만 오면은 모든 게 끝났다고 공무원이 됐다고 정신이 빠져서는 희희낙락했을 거다. 오늘부터 그딴 생각 쓰레기통에 쳐 넣는다. 나는 매달 니들 중에 얼빠진 놈 한 명 이상 반드시 쫓아낸다. 나는 내 후배가 멋진 경찰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국민 혈세 날로 빨아먹는 그런 놈은 경찰이 절대로 될 수 없다.” 오양촌이라는 사람은 경찰의 사명감 하나로 경찰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초반부에는 오양촌이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른다. 이 조직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퇴교하는 학생을 상대로 말할 때 그를 보고 '태도가 저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합리하고 부당한 게 현실이고 이 곳만 그런 것도 아니다. 교육생을 가르치는 오양촌 입장에서 그러한 불합리에도 가르치고 적응시켜야 하는 걸 수도 있었겠다. 경찰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런 부당함도 버텨야 하는 근성이 있어야 하는 같다. 얄팍한 근성이나 생각으로 경찰일을 오래 할 수도 없고, 미리 경찰을 못 할 것 같으면 떠나라고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경찰만이 길이 아니니까. 

 

 

 그렇게 여러 가지 사건을 다루면서 드라마가 진행된다. 하나하나 에피소드가 다 소중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좀 적겠다. 16~ 17화이다. 영아 유기 사건에서 아이를 찾고 난 후의 정오의 자기 고백이다. 나는 사명감 없는 경찰이다. 단지 먹고살려고 경찰이 됐고, 그게 별로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왜 이렇게 죽자살자 뛰고 있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 내일이면 또 다른 사건에 묻힐게 뻔한데 현장의 우리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곳은 거대한 조직이 아닌 초라한 우리들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가 살았으면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다른 먹고 살 일이 있다면 그만두고 싶은 현장이지만 별다른 사명감도 없지만 우리가 내가 이 아이를 만난 이상 제발 이 아이가 살았으면

 

 

 동료 경찰이 불법으로 만든 총에 맞아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후 정오는 시보 중에 휴직을 내고 외국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대대장과 상담을 하게 된다.  "죄송해요 저는 대장님, 경위님처럼 나보다 지역의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명감 같은 거 없어요" 그 말에 오양촌은 "그런 대단한 사명감 같은 거 없어도 돼.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위해라? 그런 거 감히 누가 누구한테 강요할 수 있어? 솔직히 나도 경찰의 사명감이 뭔지 잘 몰라. 그래서 내가 찾은 건 단순해 밥값은 하자.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뭔지 몰라도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양심은 갖자. 그런 건 나 아니라 너도 있잖아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네가 살릴 수 있으면 살릴 거잖아. 나쁜 놈 보면 분노하고 잡을 수 있으면 잡을 거잖아. 비리 안 저지르고 법 지키고 뒷돈 안 받고 도움 줄 수 있으면 주고 네가 어디서든 그렇게 할 거잖아. 네가 지금까지 여기서 그래 왔듯이. 어디서든 아니야?"라고. "그럴 거예요" "그럼 됐지. 단 공부를 아주 아주 열심히 해서 최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그리고 세상을 좀 바꿔" 

 

 

 그리고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 인상 깊은 부분이다. 보는 사람 가슴 아프게 하는 장면이다. 한 사건으로 인해 오양촌이 많이 다치게 되고, 뒤따라온 염상수 순경이 범인에게 총을 발사한 것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오양촌의 말이다.

 

 저는 오늘 경찰로서 목숨처럼 여겼던 사명감을 잃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후배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라, 경찰의 사명감을 가져라, 어떤 순간도 경찰 본인의 안위보다 시만을 국민을 보호해라, 그게 경찰의 본분이고 사명감이다. 수없이 강조하고 말해왔습니다. 지금 이순간 그 말을 했던 모든 순간들을 후회합니다.

 

피해자건 동료건 살리지 말고 도망가라. 니 가족을 생각해서 결코 나대지 마라. 니 인생은 국가 조직 동료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우리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현장의 욕받이다. 현장은 사선이니 모두 편한 일자리로 도망가라. 그렇게 가르치지 못한 걸 후회하고 후회합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감히 현장에서 25년 넘게 사명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온 나를 이렇게 하찮고 비겁하고 비참하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누가 감히 내 사명감을 가져갔습니까. 누가 대체 누가 가져갔습니까 내 사명감.

 오양촌은 사명감 하나로 경찰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사명감이 뭘까 생각한다. 잘 모르겠다. 사명감을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라고 나온다. 나는 사명감을 대단한 걸로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그 일을 시작했고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도 어떤 사명감이 주어지길 기다린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뭘까 생각하면서. 누군가 나에게 이러한 사명감을 부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예전에 교수님이 한 개념을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게,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밥 벌어먹기 위해 교수를 했다고 하셨다. 다소 충격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는 그 학문이 너무 재밌어서 불타는 학구열 등의 그런 생각으로 하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의하시면서도 자신이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대단한 기쁨을 느끼시는 것처럼 보였다.


 사명감이란 게 도대체 뭘까? 사명감을 가지고 어떤 일에 종사해야 될 것만 같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 일을 하면서도 사명감이 생기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오양촌의 말처럼 밥 값 정도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한테도 한 마디를 한다. 굳이 직업을 택함에 있어서 어떠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그저 밥 벌어먹기 위해서 택한 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나. 밥 벌어먹고자 선택한 일을 하면서 주어진 임무 잘 수행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다

 

 라이브 나도 홍일 지구대에서 일하는 시보 중 한 명인 것처럼 웃고, 아프고,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훌륭한 연기, 각본, 연출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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