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영화 드라마

최우식 연기가 빛나는 영화 거인 (Set Me Free, 2014)

by 연강 2020. 7. 27.
반응형

 

 

 

 

 

 

거인 set me free, 2014

 

 

 

 

 

 2014년, 영화 거인의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본 영화 포스터 중에 가장 감각적인 포스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는 보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사실 영화를 보는데 너무 힘들었다. 아프고 답답했다. 영화를 본 이후, 일주일 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2020년, Netflix에서 영화 거인의 포스터를 다시 마주쳤다. 2014년처럼 포스터에 이끌려 또다시 영화를 보았고 리뷰를 작성한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재는 부모가 있음에도 천주교 하에 있는 보호시설인 ‘이삭의 집’에서 지낸다. 아빠라는 사람은 다리가 멀쩡함에도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교회 같은 데서 아이들을 생각해 주는 장학금 등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엄마는 돈을 벌려고 공사장에서 밥을 나르는 일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고 현재는 이모의 집에 있다. 그런 지긋지긋함 속에서 동생을 놔두고 자신의 발로 집에서 나와 이삭의 집에서 지낸다. 그곳에서의 원장을 아빠, 엄마라고 부르면서.

 

 

 이삭의 집도 편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 보호소에서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애태우며, 원장 부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집에는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천주교에서 후원을 받는 곳이기에 신부님께도 잘 보이고자 자신의 꿈을 신부님으로 설정한다. 원장 부부, 신부님에게 싹싹하게 굴면서도 그는 후원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물품을 훔쳐 학교에서 팔면서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도 살기 위해서 그랬다. 그러다 원장 부부에게 창고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을 들키지만 원장 부부는 영재와 함께 방을 쓰는 범태를 의심한다. 그러던 중 범태는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올 형편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성당의 돈을 훔치게 되고 이삭의 집에서 쫓겨난다.

 

 

 범태가 저지른 행동은 영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원장 아빠는 영재를 냉랭하게 대하고 집에 사정이 어떤지 보고 오라는 말을 하며 영재도 내치려고 한다. 그렇게 한 동안 방황을 하다가 결국 늦은 밤 집에 가게 되고 집의 상황은 영재에게 여전히 갑갑하다. 여전히 아빠라는 사람은 일은 하지 않고 동생마저 이삭의 집에 보내려고 한다. 그다음 날 동생의 부탁의 엄마를 보러 가는데 엄마 역시 무책임한 행동을 보인다.

 

 

 그렇게 다시 이삭의 집으로 돌아온 그는 길에서 범태(신재하)를 만난다. 범태는 그에게 다시 집(이삭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힘써주라고 한다. 영재 자신도 힘든데 말이다. 그 말이 있고 며칠 후 창고에서 훔치는 모습을 범태에게 들키고 영재는 범태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와중에 범태는 빈차털이를 하는데 그 모습을 영재가 신고하게 되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렇게 나름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집에 돌아온 그는 이삭의 집에서 원장 아빠와 이야기를 하는 생물학적 아빠와 동생을 보게 된다. 그 전에도 찾아온 아빠에게 그렇게 일렀건만... 그의 분노가 터지고 그 스스로 자해를 하고 공부를 도와주는 윤미를 인질로 위협해 아빠와 동생을 쫓아내지만 원장 아빠는 그에게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그는 결국 다른 보호소로 옮기게 됩니다. 이야기를 요약했는데 이 내용을 펼친 영화는 너무나 아프다.

 

 

 고작 17살 고등학생인 영재에게는 이 삶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제목처럼 그가 자신의 삶만이라도 챙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인, 큰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너무 어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가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 어쩌다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가족인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고 증오하게 되고...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너무나 안타까웠다. 자신을 낳아준 사람의 무책임한 태도, 자신을 챙기기도 버거운데 동생까지 어쩌면 책임져야 하는 상태. 정말로 삶이 너무나 숨차고 벅차다. 동생마저 이삭의 집으로 오게 된다면 정말로 아빠와 엄마가 없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에 느꼈을 좌절감 절망감.

 

 

 열심히 성당에도 다니고 신학공부를 하겠다고 표면적으로 마음먹은 그가 정말 신이 있다고 믿었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신에게 빌었을까. 마지막 장면인 이른 새벽 즈음 성당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 그 옆에 범태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머문다.

 

 

 영화 거인은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sbs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태용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부모와 떨어져 그룹홈에서 생활했고 그 당시 자신을 책임지는 어른이 없었다고 말한다. 거인이라는 영화로써 자신을 치유하고자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17살인데, 그 무렵 내 삶을 슬라이스 해 두 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한 것이다. 실제로 그런 곳에 살았고,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신부가 되려고 했었다. 여기에 '과연 이 소년이 버티기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상상하며 뒤의 이야기는 추가로 만들었다 "

 

 

"나는 부모가 마련해준 환경이나 혜택을 받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더 이상 부모를 원망할 수 없고 자기가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앞으로 난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지 싶더라. 이젠 과거의 것들로부터 헤어져야겠다 싶었다.”

 

 

"10대를 드러내는 영화들이 자극적인 소재가 많았다. 난 왕따, 폭력, 강간이 등장하지 않는 성장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영화는 정작 10대는 볼 수 없지 않나. 10대가 가질 수 있는 감정들, 특히 서글픈 영악함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여러 인물을 보여주는 대신에 한 인물의 여러 가지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려 했다"

 

 

 10대를 위한 성장영화라고도 했는데 실제로 난 이 영화를 2004년, 10대 때 봤었다. 영화 속 영재와 비슷한 나이였는데 그런 삶이 존재하는지 자체를 몰랐다고 해야 하나. 그 당시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다소 우울한 생각이 일주일 정도 내 머릿속에 머물렀던 것 같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가 마치 재난영화처럼 까지 보인다는 말을 했다. 맞는 것 같다. 영재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같다. 너무나도 안간힘을 쓰는 데 달라지는 게 없다.

 

 

 영재를 연기한 최우식 배우. 그가 연기한 영재를 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의 연기는 정말 영재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내가 그의 삶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담담하고 아팠다. 특히 가장 하이라이트였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이삭의 집에 동생과 찾아온 그 후의 그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자신을 자해하는 행동으로 까지 나아가야만 했던....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

가장 여운이 길게 남은 영화,

내가 처음으로 본 독립영화,

김태용 감독과 배우 최우식을 각인시킨 영화

 

 

 

 

 

 

 

영화 거인 스틸컷
영화 거인 
영화 거인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