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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밀리의 서재 소설 '스노우' 정용준

by 연강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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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노우

 


 지진이 휩쓸고 간 서울, 폐허가 되어버린 종묘를 배경으로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건넨다. 는 책 소개를 보고 읽었다. 사실 책 소개를 읽을 때 대충 읽는 편이기에 서울에 지진이 났다고 가정하는 것도 재밌고 역사를 다루는 픽션 소설을 좋아하기에 나름 지레짐작하며 책을 읽었다.


 지진이 일어난 우리나라, 서울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책은 오직 종묘라는 장소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고?라고 생각할 만큼 소설의 분량도 짧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느껴지는 게 별로 없었다.


 책을 읽었는데 남는 게 없다는 걸 납득하기 싫어서 책을 덮고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든 생각이 있다. 서울에 지진이 나서 건물이 붕괴되고 폐허가 되면 과연 누가 종묘와 같은 문화유산에 신경을 쓸까? 자신의 생존이 먼저이고 자신의 안위가 먼저이지 않을까? 


 이 책은 폐허가 된 종묘를 창문으로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폐허가 된 종묘 앞에서 종묘 해설사인 이도는 무엇을 해설하며, 야간 경비원인 서유성은 무엇을 지켜야 한다는 것일까. 


 소설의 내용 중에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유성은 그리스에 답사를 갔을 때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지금은 폐허인, 아무것도 없는 아폴론 신전에서 그리스인 교수가 그리스의 영광과 위대함을 말하기 위해 기둥 하나하나를 시간 들여 말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현 그리스의 상황을 말하며 그리스는 위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서유성은 이도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을 던진다.


"감정이 장소다"


 ​사실 이책에서 이에 대한 답을 한 것 같다. 이 문장을 보고 무슨 말일까 하고 생각했다. 감정이 장소다? 우리가 장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집을 생각하면 따뜻한, 안락한 이미지가 떠오르듯이 말이다. 종묘를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신성하고도 조용하고 웅장한 그런 이미지나 감정들이 바로 장소가 아닐까. 그러니까 그러한 장소들이 폐허로 텅 비어있더라도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때는 역사에 나오는 인물이 좋아서 박물관의 고요함이 좋아서 유네스코나 문화재청에서 일하기를 꿈꿨다. 그러나 그 길에서 선회해서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니 아무래도 현실을 바라보기에 그랬겠지. 내가 한 때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만큼 좋지 않아진 현재다. 뭔가 씁쓸하긴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거든 종묘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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