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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작별 한강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中)

by 연강 202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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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한강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에 대해 말하다! 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어서, 한강이라는 이름이 반가워서 책을 집었는데 난데없이 눈사람이 된 여성의 이야기를 작가는 들려준다.


그래서 동생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책에 대한 다른 시각을 나에게 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나랑 정말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기에. 단편집이기에 그 자리에서 읽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 후, 시간이 좀 지나서 동생이 한강의 작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만약 책 주인공처럼 갑자기 눈사람이 되면 어떡할거야?" "나 냉동창고에 있을거야" "바보야. 눈은 얼음이 아니야. 결국 녹아." 그에 대한 나의 대답 "어쩌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동생 말이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닌다. "갑자기 눈사람이 되면 어떡할 건가?"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다. 벤치에 앉아 깜박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벤치에서 잠깐 졸다가 일어났다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눈사람이 된 자의 반응치고는 상당히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눈사람이 되었다면 난 녹지 않기 위해 냉동창고에 내 몸을 넣어놓는 등의 온갖 유난을 떨 것 같다. 그러나 냉동실에 넣어놨던 눈사람처럼 곧 녹고 말겠지.


그녀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 삶은 조금(?) 고단한 것이었다. 일찍 결혼을 했으나, 이혼을 하고 혼자서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현재 그녀에겐 7살 연하의 남자가 있다.(그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그 남자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여자의 태도는 글쎄라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얼마 전, 변변치 않았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다. 그녀는 평소에도 자신이 사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인지 눈사람이 되었을 때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남자(현수)를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눈사람이 된 그녀는 그 남자와 거리를 걸으며,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을 회상한다. 그 후 자신은 따뜻한 실내에 가면 녹으니 혼자만이라도 밥을 먹고 오라고 돈을 쥐어주며 보내고 그녀는 아이가 있는 집으로 간다. 아이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몸은 녹아간다. 뭐 그렇게 끝말잇기를 하는 등 당부의 말을 하고 집을 나온다. 나와서 다시 온 벤치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하고,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다가온 그 남자와 얼마간의 시간동안 함께하다가 마지막으로 아들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 어디있어? 가까워. 아파트 앞 횡당보도야. 그리 갈게.

하늘에선 눈발이 날리지만 그녀에게 그 눈의 온도는 따뜻하다. 그렇게 자신의 몸이 빠르게 녹아가고 소멸을 향해 간다.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벤치 앞 천변 쪽으로 향하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제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무엇을 돌아보는지 알지 못한 채 사력을 다해, 그녀는 가까스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남자가 그 뒤에 있기에 돌아본 걸까. 자신의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온 힘을 다해 뒤를 바라보았을까.

물론 그녀도 왼쪽 가슴이 뜨거워지고 녹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다. 내일 새벽 눈이 온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나 대체적으로 자신이 눈사람이 된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란 건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야 하는데 글자만 읽은 것 같다. 그래서 한 여성이 갑자기 눈사람이 되는 황망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유정문학상의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의 글처럼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며 인간과 사물의 경계, 삶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소설의 서사적 육체를 통해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재현해놓은 작품인 것 같다. 한강의 글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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